제목
응암굴 400년 전 선조들의 구국헌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작성자
엄기종
등록일
2023-09-15
조회수
339
내용

평창 응암굴 / 訥唵  (20230915일 새벽2시)

 


얼어야 건널 암벽 나신

억 년 물굽이에 씻겨 간 육살이 한강 모래부지

남은 절벽만 수직으로 남아

솔개 요람 암굴이 창살 속에 처연하다

 

고개 들어 바라볼수록

얼어붙는 경직이 지진을 만난 듯 부르르 떨어

임진란 민초들의 헌신이 눕지 못하고 혼귀로 서

잊혀진 혼령들 눈물이 강물 소리에 흐른다

 

상굴 하굴 숨었던 조선 땅의 조선이

강 건너 왜군 조총 함성에 옴싹을 잃어

벌벌 떨던 몸짓이 호구록 기록에 박혀

철철 피를 흘린다 음암절벽이 피로 물든다

 

사천강 핏강되어 쏟아내린 화살을 싣고 떠나

붉은 강 짙은 비린내 눈알 박힌 화살이 둥둥 떠

눈과 귀 베이고 압갑목에 참수목 실려

소금 절인 모가지들이 어허야 떠나갔다

 

매굴에 혼령만 남기고 고향산천을 떠나

에해야 응암굴 혼귀 처절한 울음

저토록 지르는 서글픔이

아무도 듣지 않아 사백 년 홀로 합창으로 운다

 

내고향은 내가 지킨다는 함성이 여직도 울려

강 사이로 감옥처럼 갇힌 세월을 잊을 수 없어

울음이 소름처럼 응암굴을 움켜잡고 떠나지 못해

어허야 이제사 살풀이춤 소매자락 하나 미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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