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문학관은 노회한 말을 거두는 마구간이 아니다
작성자
조영웅
등록일
2021-06-03
조회수
2139
내용

늙어 마음 비우겠다고 도망치듯 시골로 내려온

자칭 원로시인이라는 사람이

마음 비우지 못하고

죽기 전에 문학관을 세워 달라고

여기저기 구걸하고 다닌단다.


살아 자기 손으로 문학 비를 세우는 것도

꼴불견인데

-지역에 연고도 없는 사람이

-좋은 글로 지역을 알린 공적도 없는 사람이

-문학적 성과도 대표작 하나 없이 일천한 사람이

-무엇을 기리고 몇 사람이나 추모한다고


지역 작고문인에 대한 인식도 존경심도 없이

후대도 아닌 자기 손으로

죽기 전에 자기 문학관을 꼭 세워야한다고

설치고 다니는 노욕을 보며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


누가, 무엇을, 무엇 때문에, 언제 까지, 어떻게

지역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무슨 인적자원 유입의 가치가 있다고

지역민 혈세로 문학관을 세워달라는 것인가

 

이미 향토적 정서가 무르익어 아끼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문학축제가 있는 마을에

혈세로 개인 욕심뿐인 허깨비 문학관을 세워

지역 가치를 폄훼하는 짓을 한다는 말인가

 

지역 문학인 열심히 글 쓰며 욕심 부리지 않고

스스로 몸을 낮추고 가꾸어 가는데

어설프게 나서서 설치는

부끄러움 모르는 이기적 오만함의 극치를 보며

연필을 몇 번씩 잡았다 놓는다.

 

내 돈 들여 문학관을 지어도 욕이 되는 세상,

자칭 원로라는 문학인 행태가 이러함에

너무 얼굴 뜨거워 며칠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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