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을 욕심
작성자
김재환
등록일
2022-10-18
조회수
1755
내용

가을 욕심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았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갔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 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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